끊으려고 노력한 게 아니었습니다 — 사찰 6개월이 의도치 않게 바꿔놓은 것들

금연하듯, 술을 줄이겠다고 다짐하듯, 뭔가를 의식적으로 끊겠다고 결심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냥 사찰에 다니다 보니, 어느 날 문득 보니까 안 하고 있었습니다. 배우자가 먼저 알아챘습니다. 저는 몰랐습니다.

사찰 6개월이 바꿔놓은 것들
1

늦은 밤 핸드폰 습관

2

불필요한 말과 뒷말

3

과식과 스트레스성 먹기

4

충동 소비

5

남과 비교하는 습관


1. 늦은 밤 핸드폰을 보는 습관이 끊겼습니다

1-1. 밤에 눕자마자 핸드폰을 봤습니다

사찰 전
불 끄고 누워서도 핸드폰 화면을 봤습니다. 뉴스, 유튜브, 카카오톡. 화면 빛을 보다 잠들었습니다. 몇 년째 습관이었습니다.
사찰 후
밤 10시가 되면 눈이 저절로 감겼습니다. 눕는 순간 잠들었습니다. 핸드폰을 볼 기력이 없었습니다.

새벽 4시 반에 일어나야 하는 생활이 시작되면서 달라졌습니다. 처음엔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됐는데, 한 달이 지나니 몸이 그 리듬에 맞춰졌습니다. 억지로 참은 게 아니었습니다. 피곤하니까 자연스럽게 핸드폰을 볼 기력이 없었고, 안 보다 보니까 굳이 봐야겠다는 생각도 줄었습니다.

1-2. 밤에 뉴스를 확인하지 않아도 세상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잠자리 들기 전에 마음을 조용히 해야 다음 날 새벽이 깨끗해요. 핸드폰 보고 자면 그 자극들이 꿈에도 나와요.”

그 말이 과학적으로도 맞는 말이었습니다. 핸드폰 보지 않고 잔 날과 보고 잔 날의 아침이 실제로 달랐습니다. 사찰 일을 마친 지금도 밤 10시가 넘으면 핸드폰을 잘 보지 않습니다. 가끔 오래된 습관이 튀어나올 때 다음 날 아침이 무겁습니다. 그 차이를 알고 나니 스스로 조절하게 됩니다.


2. 불필요한 말이 줄었습니다

2-1. 공양간은 조용한 곳이었습니다

공양간은 기본적으로 조용한 공간이었습니다. 꼭 필요한 말만, 작은 목소리로. 처음엔 그 침묵이 답답했는데, 두 달쯤 지나니까 오히려 편해졌습니다. 말을 하지 않으니까 생각하는 시간이 생겼습니다. 뭔가를 말하기 전에 ‘이게 꼭 해야 하는 말인가’ 한 번 더 생각하게 됐습니다.

2-2. 뒷말이 끊겼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사찰에 다니기 전 저는 뒷말을 좀 하는 편이었습니다. 모임에서 자연스럽게 없는 사람 이야기가 나오면 거기 끼어드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공양간에서는 그런 것들이 나올 공간 자체가 없었습니다. 없는 사람 이야기, 험담, 불평. 그 분위기에 익숙해지다 보니 밖에서도 뒷말이 나오는 자리가 불편해졌습니다.

“없는 사람 이야기는 그 사람한테 다 가요. 말에는 힘이 있어요.”

2-3. 말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게 됐습니다

예전엔 생각나면 바로 말했습니다. 그게 솔직한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사찰에서 조용한 환경에 익숙해지다 보니, 말을 뱉기 전에 ‘이게 필요한 말인가, 이 말이 상대에게 어떻게 들릴까’를 생각하게 됐습니다. 가족들이 그 변화를 가장 먼저 알아챘습니다. 예전엔 즉흥적으로 말해서 가끔 상처를 줬는데, 요즘은 그런 일이 줄었다고 했습니다.


3. 과식이 끊겼습니다

3-1. 공양간 식사 문화가 과식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퇴직 전까지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푸는 편이었습니다. 배가 부른데도 맛있으면 계속 먹었습니다. 사찰 공양간은 달랐습니다. 적게 담고 부족하면 더 먹는 방식, 천천히 씹어 먹는 방식, 음식을 남기지 않는 문화. 이것들이 자연스럽게 식사량을 조절하게 만들었습니다.

3-2. 몸이 진짜 배고픈 것과 입이 심심한 것이 구분됐습니다

천천히 먹으니까 포만감이 빨리 왔습니다. 예전엔 배부른 걸 느끼기도 전에 이미 과식한 상태였는데, 천천히 먹으니까 적당한 시점에 멈출 수 있었습니다. 몸이 진짜 배고플 때와 그냥 입이 심심하거나 스트레스 받아서 먹고 싶은 것의 차이가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의도하지 않았는데 6개월 동안 체중이 4킬로그램 가까이 줄었습니다. 운동을 따로 한 것도, 식단을 조절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천천히 먹고, 적당히 먹고, 남기지 않는 것. 그것만으로 몸이 달라졌습니다.

4. 충동 소비가 끊겼습니다

4-1. 광고를 볼 일이 줄었습니다

퇴직 전까지 온라인 쇼핑을 자주 했습니다. 딱히 필요한 게 아니어도 세일한다고 하면 사고, 광고 보다가 끌려서 사고. 택배가 매일 왔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사찰에서 일하면서 그게 끊겼습니다. 새벽에 출근해서 오후에 퇴근하면 몸이 피곤했습니다. 핸드폰도 일찍 내려놓으니까 광고를 볼 일도 줄었습니다.

4-2. 있는 것에 감사하면 없는 것이 보이지 않습니다

사찰에서 매일 단순하게 생활하다 보니 없어도 되는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공양간에서 재료 하나를 낭비하지 않고 쓰는 것을 보면서, 집에서도 있는 것을 다 쓰고 나서 새로 사는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있는 것에 감사하면 없는 것이 보이지 않아요.”

그 말이 처음엔 그냥 좋은 말처럼 들렸는데, 직접 경험해보니 진짜였습니다. 사찰에 다닌 지 석 달째 되던 달, 카드 명세서가 평소의 절반도 안 됐습니다. 특별히 아끼려고 노력한 게 아니었습니다. 그냥 살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5. 남과 비교하는 습관이 끊겼습니다

5-1. 사찰 안에는 비교할 대상이 없었습니다

퇴직하고 나서 한동안 남들과 비교하는 습관이 있었습니다. 같이 직장 다니던 사람들은 아직 일하는데 나는 왜, 비슷한 나이인데 저 사람은 저렇게 사는데 나는 왜. 그 비교가 스스로를 계속 작게 만들었습니다.

공양간에서 신기하게도 비교할 대상이 없었습니다. 보살님들은 각자 자기 일을 했습니다. 누가 더 잘하고 못하고를 따지는 분위기가 아니었습니다. 어제보다 오늘 내가 더 잘했는가가 중요했습니다.

“남을 보느라 나를 잃어버리면 안 돼요. 내 길은 내가 걷는 거예요.”

5-2. 50대에 사찰 공양간에서 일하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남들이 다 하는 길을 걷지 않았습니다. 처음엔 그게 이상한 건가 싶었는데, 지내다 보니 그게 나만의 경험이 됐습니다. 남들이 뭘 하든 어떻게 살든, 그게 내 길이 아닐 수 있었습니다. 내 속도로, 내 방식으로 가면 됐습니다. 그 생각이 자리를 잡고 나서는 비교로 인한 불안이 많이 줄었습니다.


6. 끊은 게 아니라 채워진 것들이 있었습니다

다섯 가지가 줄거나 끊겼다고 하면 뭔가를 잃은 것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그 자리에 다른 것들이 채워졌습니다.

늦은 밤 핸드폰
깊은 수면
불필요한 말
생각할 시간
과식
가벼워진 몸
충동 소비
마음의 여유
남과의 비교
나를 보는 시간

6-1. 환경이 바뀌니까 습관이 바뀌었습니다

의지가 강해서가 아니었습니다. 환경이 바뀌니까 습관이 바뀐 거였습니다. 그게 가장 강력한 변화의 방식이었습니다. 억지로 끊으려 할수록 더 하고 싶어지는 것들이, 환경이 바뀌니까 자연스럽게 사라졌습니다.

“여기서 배운 게 뭔지는 나중에 알게 돼요. 지금은 모를 수도 있어요.”

그 말씀이 맞았습니다. 지금도 사찰에서 보낸 6개월이 조금씩 더 이해되고 있습니다.

끊으려고 노력한 게 아니었습니다.
그냥 살다 보니 달라져 있었습니다.

환경이 사람을 바꾼다는 말의
진짜 의미를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사찰생활#습관바꾸기#공양간일기#사찰에세이#50대변화#핸드폰끊기#과식줄이기#충동소비#비교하지않기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