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 공양간에서 처음 배운 칼질, 왜 소리를 내면 안 될까?

저는 칼질을 못 하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20년 넘게 살림을 했으니까요. 양파도 썰고, 고기도 다듬고, 생선도 손질해봤습니다. 칼 다루는 것쯤은 자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적어도 사찰 공양간에 들어가기 전까지는요. 첫날 재료 손질을 맡았습니다. 무를 썰었습니다. 집에서 하던 대로 도마 위에 탁탁탁, 리듬감 있게 썰었습니다. 빠르지도 않고 느리지도 않게, 나름 익숙한 속도로요. 그런데 옆에서 일하시던 선배 보살님이 하던 … 더 읽기

스님께 직접 들은 화 다스리는 방법, 지금도 실천 중입니다

사찰에서 일한 지 석 달쯤 됐을 때였습니다. 그날 아침 출근 전에 배우자와 작은 말다툼이 있었습니다. 별거 아닌 것이었는데, 기분이 안 좋은 채로 차를 몰았습니다. 사찰에 도착해서도 그 감정이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공양간에서 재료를 손질하는데 칼질 소리가 평소보다 컸습니다. 선배 보살님이 힐끗 보셨지만 아무 말씀도 안 하셨습니다. 오전 일이 끝나고 정리를 하고 있는데, 주지 스님이 공양간 쪽으로 … 더 읽기

사찰에 출퇴근한다는 게 어떤 건지 아무도 몰랐습니다

“요즘 어디서 일해?” 퇴직하고 나서 지인들을 만나면 꼭 이 질문이 나왔습니다. 저는 잠깐 망설이다가 대답했습니다. “사찰에서 일해.” 그러면 열에 아홉은 같은 반응이었습니다. 눈이 동그래지면서 “어? 스님 된 거야?” 아니면 “템플스테이 같은 거 하는 거야?” 둘 중 하나였습니다. 아니라고 설명하면 또 물었습니다. “그럼 거기서 뭘 해?” 설명하기가 참 애매했습니다. 스님도 아니고, 신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단순한 아르바이트라고 … 더 읽기

스님은 왜 혼자 드실까? 공양 예절을 처음 배웠을 때 받은 충격

사찰에서 일한 지 사흘째 되던 날이었습니다. 아침 공양 준비를 마치고 선배 보살님 뒤를 따라 공양을 올리러 갔습니다. 스님 방 앞에 상을 내려놓고 돌아서려는데,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스님은 항상 혼자 드시는 걸까? 왜 다 같이 먹지 않는 걸까? 집에서 밥은 같이 먹는 게 당연한 거잖아요. 직장 다닐 때도 점심은 동료들과 먹었고, 가족이 있으면 저녁은 함께 먹는 게 … 더 읽기

스님과 매일 마주치는 직장 — 처음엔 어색했던 순간들

아이들 다 키우고, 직장도 정리하고. 그다음에 뭘 해야 하나 생각하던 차에 사찰 공양간 일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으로 스님과 인사를 나눠야 했던 그날, 손이 어디에 있어야 할지조차 몰랐습니다. 1. 50대에 사찰 공양간으로 출근하게 됐습니다 1-1.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곳에 처음 들어섰습니다 사찰에 처음 들어서던 날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선배 보살님들은 이미 자기 자리가 있었고, 저는 어디 서야 … 더 읽기

스님 공양 전 반드시 하는 일, 손 씻기가 단순한 위생이 아닌 이유

30년 넘게 손을 씻어왔습니다. 밥 하기 전에, 화장실 다녀와서, 외출하고 들어오면. 손 씻기가 중요하다는 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비누 칠하고 물로 헹구면 끝. 그게 손 씻기의 전부였습니다. 사찰 공양간에서 일한 지 사흘째 되던 날이었습니다. 스님 공양 준비를 시작하려는데 선배 보살님이 저를 부르셨습니다. 그리고 개수대 앞으로 데려가셨습니다. “공양 올리기 전에 손 먼저 씻어요.” 저는 … 더 읽기

사찰 제삿상에 올리면 안 되는 음식 4가지 — 처음엔 몰라서 실수했습니다

정성만 있으면 무엇이든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사찰 제례는 달랐습니다. 마늘 넣은 나물, 조기, 복숭아, 붉은 팥떡. 평소 제삿상에 올리던 것들이 사찰에서는 하나씩 빠졌습니다. 이유를 알고 나니 음식 준비가 마음 공부가 됐습니다. 1. 사찰 제례는 일반 제사와 왜 다른가요 집에서 모시는 제사와 사찰에서 모시는 재(齋)는 목적부터 다릅니다. 가정 제사는 조상을 기리고 그리워하는 의식이지만, 사찰 재는 돌아가신 … 더 읽기

사찰에서 보낸 동안거 시즌, 겨울 산사의 고요함을 경험했습니다

11월 중순이었습니다. 출근하는데 사찰 분위기가 평소와 달랐습니다. 조용하긴 늘 조용했는데, 그날은 그 조용함의 결이 달랐습니다. 뭔가 더 깊고, 더 무거운 침묵이었습니다. 선배 보살님이 말씀하셨습니다. “동안거 들어갔어요.” 동안거. 스님들이 외부와의 접촉을 끊고 오직 수행에만 전념하는 3개월의 겨울 기간. 머리로는 알고 있었는데, 막상 그 안에 들어와 있으니 달랐습니다. 30년 넘게 바쁘다 바빠를 입에 달고 살았습니다. 아이들 학교 … 더 읽기

49재 준비 3일 전부터 시작되는 사찰의 하루

사찰에서 일하기 전까지 저는 49재가 뭔지 정확히 몰랐습니다. 그게 얼마나 큰 행사인지, 준비에 얼마나 많은 사람의 손이 들어가는지는 더더욱 몰랐습니다. 그 사흘이 가르쳐 준 것이 지금껏 배운 것 중 가장 크고 묵직했습니다. 1. 49재란 무엇인가 — 사찰에서 처음 제대로 배웠습니다 사찰에서 일한 지 두 달쯤 됐을 때, 선배 보살님이 말씀하셨습니다. “다음 주에 49재 있어요. 사흘 … 더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