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아줌마, 공양간 막내가 되다 : 설거지가 ‘도(道)’가 되는 순간

집에서 30년 넘게 살림을 했습니다. 설거지만큼은 자신 있었습니다. 빠르게, 깔끔하게, 효율적으로. 우리 집 그릇은 제가 제일 잘 안다고, 속으로 은근히 자부심도 있었습니다. 그 30년 경력을 믿고 사찰 공양간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첫날, 설거지를 다시 배워야 한다는 걸 알았습니다. 50대에 공양간 막내가 됐습니다. 이곳에선 제가 제일 어렸습니다. 선배 보살님들은 다들 연세가 있으셨는데, 경험도 연륜도 저보다 훨씬 깊으셨습니다. … 더 읽기

사찰 된장찌개 레시피, 멸치 육수 없이도 깊은 맛 나는 비결

된장찌개는 멸치 육수로 끓이는 거라고 평생 믿었습니다. 그런데 사찰 공양간에는 멸치통이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보살님이 끓여내신 된장찌개는 제가 먹어본 것 중 가장 깊은 맛이었습니다. 6개월 동안 옆에서 보고 배운 비결을 공개합니다. 1. 멸치 육수 없이 맛을 내는 방법 1-1. 다시마는 끓이지 않고 찬물에 우립니다 선배 보살님이 된장찌개를 시작하실 때 가장 먼저 하신 건 다시마를 찬물에 담그는 … 더 읽기

사찰 일을 시작하고 나서 집에서 달라진 식습관

사찰에서 일한 지 두 달쯤 됐을 때였습니다. 저녁을 먹다가 배우자가 갑자기 말했습니다. “요즘 밥 먹는 게 달라졌어. 뭔가 조용해졌다고 해야 하나.” 제가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 말을 듣고 나서 돌아봤습니다. 정말 달라진 게 있었습니다. 밥 먹는 속도, 음식 남기는 양, 식사 중 핸드폰 보는 습관. 하나씩 생각해보니 사찰에 다니기 전과 후가 확실히 달랐습니다. 제가 의도해서 … 더 읽기

사찰 근무 첫 주, 적응하지 못하고 그만두려 했던 이유

지금 이 글을 쓰면서 그때를 떠올리면 조금 웃음이 납니다. 6개월을 채우고 나서, 심지어 지금도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가끔 하는 제가, 첫 주에 그만두려 했다는 게 스스로도 믿기지 않을 때가 있거든요. 그런데 사실입니다. 첫 주 목요일 저녁, 저는 진지하게 그만두는 걸 고민했습니다. 배우자한테도 말했습니다. “나 거기 못 하겠어.” 그 말이 입에서 나왔을 때, 배우자가 뭐라고 … 더 읽기

봄 사찰 출근길, 벚꽃보다 먼저 피는 것이 있었습니다

뉴스에서는 연일 벚꽃 개화 소식이 나왔습니다. 여기저기서 벚꽃 명소 이야기가 나오고, SNS에는 벚꽃 사진이 넘쳐났습니다. 저도 예전 같으면 주말에 벚꽃 구경 가자고 배우자를 졸랐을 겁니다. 그런데 사찰에서 일하던 그해 봄은 달랐습니다. 새벽 4시 반에 일어나서 출근하다 보니, 남들이 벚꽃 구경 가는 주말 낮보다 훨씬 이른 시간에 봄을 만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새벽 출근길에서, 벚꽃보다 먼저 … 더 읽기

절에서는 왜 음식을 남기면 안 될까요 — 공양간에서 직접 배운 세 가지 이유

“절에서는 음식을 절대 남기면 안 된다”는 말을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단순히 ‘아까워서’일까요? 사찰 공양간에서 직접 일하며 몸으로 배운 그 이유는 생각보다 훨씬 깊고 묵직했습니다. 1. 한 그릇의 밥에 담긴 72번의 손길 1-1. 처음엔 그냥 하는 말인 줄 알았습니다 사찰에서는 밥 한 그릇을 만들기 위해 일흔두 번의 손길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는 … 더 읽기

사찰에서 일하면서 절대 해서는 안 되는 행동 5가지

사찰에서 6개월 동안 일하면서 크고 작은 실수를 참 많이 했습니다. 돌아보면 대부분 몰라서 한 실수였습니다. 집에서, 직장에서 당연하게 하던 방식이 사찰에서는 통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직접 혼나거나 아차 싶었던 것들을 솔직하게 정리했습니다. 이 글에서 다루는 5가지 1 법당에서 스님 앞을 가로질러 걷기 2 공양간에서 음식 간을 함부로 보기 3 스님께 먼저 말을 걸기 4 공양간 재료를 … 더 읽기

사찰 근무 중 가장 힘들었던 날, 대중공양 300인분 준비기

그날 아침 공양간 문을 열었을 때, 뭔가 다르다는 걸 바로 느꼈습니다. 평소엔 조용하게 시작되는 아침인데, 그날은 이미 분위기가 달랐습니다. 보살님들 움직임이 빨랐고, 표정이 집중돼 있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등이 쫙 펴졌습니다. 대장 보살님이 저를 보시더니 말씀하셨습니다. “오늘 300인분이에요. 각오하고 시작해요.” 300인분. 집에서 30년 넘게 밥을 해왔습니다. 명절에 식구들 모이면 20명분도 거뜬하게 했습니다. 스스로 요리 베테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 더 읽기

사찰 제사를 준비하며 느낀 것, ‘정성’이란 단어의 진짜 의미

30년 넘게 집안 제사를 모셔 왔습니다. 시어머니께 배운 방식대로, 매년 같은 날 같은 음식을 준비했습니다. 제삿상에 올릴 과일은 시장에서 가장 크고 좋은 걸로 골랐고, 전은 두껍고 넉넉하게 부쳤고, 산적은 높이 쌓아 올렸습니다. 그게 정성이라고 믿었습니다. 정성껏 모셨다고 생각했습니다. 진심으로요. 그런데 사찰 공양간에서 재 준비를 처음 맡던 날, 선배 보살님이 제가 다듬은 시금치를 보시더니 조용히 다시 … 더 읽기

사찰에서 배운 청소법, 구석 하나도 허투루 닦지 않는 이유

저는 청소를 못 하는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퇴직 전까지 20년 넘게 살림을 했고, 집 청소도 나름 꼼꼼하게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주말마다 청소기 돌리고, 화장실 닦고, 창문도 가끔 닦았으니까요. 스스로 깔끔한 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사찰에서 처음 청소를 배운 날, 그 자신감이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선배 보살님이 제가 닦은 법당 마루를 한 번 훑어보시더니 아무 말 없이 다시 걸레를 집어 … 더 읽기